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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검사출신변호사 [위근우의 리플레이]야구 스토브리그, 프랜차이즈 스타는 왜 소중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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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또또링2 작성일25-12-07 15:33 조회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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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검사출신변호사 가끔, 프로야구팀을 응원하는 게 테세우스의 배 난제(難題) 같다는 생각이 든다. 가령 어릴 적 해태 타이거즈부터 현재 기아 타이거즈까지 40년 가까이 한 팀을 응원하는 입장에서, 선동열, 김성한, 이순철 등이 있던 80년대 왕조 시절과 그 다음 세대인 이종범이 연속 우승을 이끈 90년대 중후반 타이거즈와 20세기 들어 지지부진하던 타이거즈 사이엔 연속성만큼이나 단절에 가까운 불연속성이 있다. 썩은 판자 조각을 하나씩 떼어 보수해 오랜 시간이 흘러 모든 판자가 교체된 테세우스의 배가 그러하듯, 전성기를 구가하던 선수들은 조금씩 나이 들어 팀을 떠나고 그 사이 새로 들어왔던 선수들이 서서히 주축이 되어가는 과정이 반복되면 어느 순간 내가 알던 그 때 그 팀의 선수들은 이제 없다. 테세우스의 배에 대한 플루타르코스의 질문은 이렇게 반복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팀은 내가 처음 응원하고 사랑했던 그 팀이라 할 수 있는가. 이 난제를 해결할 가장 적절한 방법은 그렇게 구성원이 교체되는 과정 안에서 경기장 안과 바깥의 경험을 공유하고 팀이라는 유기체로서 일관성을 유지할 만큼의 유무형의 유산을 계속해서 전승하는 것이다. 팀의 역사라는 것은 단순히 그 팀이 유지되고 리그에 참여한 물리적 시간의 총합이 아니다. 새로 덧댄 판자가 기존의 판자와 함께 테세우스의 배로서 과거의 유산을 이어 현재의 자원으로 끌어와 미래를 향한 전망까지 보여주는 일관성을 통해 비로소 불연속적인 판자 각각의 시간은 팀의 역사로 통합된다. 과거와 현재의 가교가 되는 오래된 판자 조각의 존재는 그래서 중요하다. 하지만 이런 연속성을 뒤흔들 정도의 재정렬이 벌어지는 순간들이 있다. 바로 FA 계약이다.
시즌이 시작되면 거의 매일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게 야구팬이라지만, 스토브리그 기간에도 마음 편하게 보내진 못한다. KT 위즈 강백호의 한화 이글스 이적이나, 기아 타이거즈 최형우의 삼성 라이온즈 이적 등 예상치 못한 깜짝 소식이 11월부터 이어지며 여기저기서 각 구단 팬들의 곡소리가 들리는 중이다. 어떤 곳에선 전력 보강을 위한 외부 FA를 데려오지 못한다고, 어떤 곳에선 내부 FA를 놓쳤다고, 어떤 곳에선 선수가 배신을 했다고, 어떤 곳에선 팀이 배신을 했다고 머리를 부여잡고 울분을 쏟아낸다. 과문한 탓일지 모르지만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웃고 있는 건 한화와 삼성 팬 정도로 보인다(이 글을 쓰는 12월 1일 현재 아직 확정되지 않은 강민호와 삼성의 재계약을 가정하고 하는 말이다). 당연히 모든 팀이 만족스러운 스토브리그가 될 수는 없지만, 한 두 팀을 제외한 모든 팬이 비명을 지르는 건 어딘가 이상하다. 치솟는 FA 인플레이션이나 대형 에이전트의 입김, 방향성이 잘 보이지 않는 프런트의 행보 등 다양한 이유가 지목되지만, 스토브리그가 고통스러운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우리 팀이 내년의 승리에 투자하는 합리적 구매자이길 바라는 동시에 그 팀이 내가 알던 그 팀의 형태이길 바라는 양가적 감정 때문이다. 재정렬로서의 FA 계약은 테세우스의 배를 유지하듯 튼튼한 새 판자와 익숙한 옛 판자들을 세심히 조합하는 과정이다.
이런 관점에서 이번 최형우 FA 계약에서 삼성이 승리자고, 기아가 패배자인 이유가 선명히 드러난다. 당장 올해 24홈런 OPS 0.928로 10개 구단 지명타자 중 가장 압도적인 성적을 기록한 타자의 이적이라는 점에서 이미 기아의 손해가 명백해 보이지만 그것 때문만은 아니다. 기아가 최형우 첫 FA 당시 4년 100억 원이라는 초대형 계약으로 품었듯 외부 FA 계약은 그 선수가 앞으로 해줄 것에 대한 예상 금액을 책정하는 것이며, 최형우는 이적 첫해 우승을 안겨주며 시장 가치를 증명했다. 이후 그는 9년 동안 기아 타선의 중심을 잡으며 지난해 두 번째 우승에도 기여했다. 지난 시즌 MVP이자 최고의 스타였던 김도영도 그의 뒤에 4번 최형우가 버터지 않았다면 그 정도 성적을 거둘 수 없었을 것이다. 여기서부터 딜레마가 생긴다. 육체적 전성기인 첫 FA에 비해 대부분 두 번째 세 번째 FA에선 시장 가격이 우하향하게 되지만, 또한 그만큼 팀에 헌신한 공로와 팬과의 추억은 누적된다. 노쇠화 가능성을 고려해 최형우의 미래 가치를 냉정히 평가하려 한 기아의 접근이 일견 타당해 보여도, 내부 FA로서 그가 과거에 해줬던 것들을 다 지우고 0에서부터 계산하는 걸 납득하기 어려운 건 그래서다. 반면 삼성은 미래 가치에 대한 비슷한 우려를 안고도 그를 외부 FA가 아닌, 자신들과 왕조 시절의 영광을 함께 했던 과거의 식구이자 프랜차이즈 스타로 접근해 타선의 신구 조화라는 일관된 팀의 서사를 완성했다. 베테랑이나 프랜차이즈 스타에게 오버페이를 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단지 ‘오버’의 기준이 같을 수 없다는 것뿐이다.
물론 외부 FA였던 최형우가 결과적으로 기아 타선의 정신적 지주가 되었듯, 트레이드나 외부 FA 영입 없이 현재 인원을 지키는 것만이 팀의 유산을 유지하는 방법일 수 없다. 테세우스의 배는 형이상학적 사고실험이 아니라, 현재를 유지하기 위해선 변화가 필요하다는 매우 현실적인 역설이다. 최형우가 그러했듯 한화에서 다시 만난 심우준과 강백호가 한화 우승의 마지막 퍼즐 조각이 될 수도 있고, 박찬호가 없는 기아의 내야에서 팀의 미래를 맡길 뉴페이스가 등장할 수도 있다. 미래는 열려있으며, 스토브리그의 승패는 내년에야 드러날 것이다. 그럼에도 지금 이 겨울의 선택 하나하나에 일희일비하는 것은 그 선택에 팀이 추구하는 벡터의 윤곽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김재환이 프랜차이즈 스타로서 남지 못했음에도 두산이 협상에서 물러나는 과정에 대해선 모두 납득하는 모양새다. 이적생이지만 박찬호와 ‘허슬두’ 팀 문화는 제법 잘 어울린다. 반면 기아가 FA 인플레이션을 감당하지 못해 박찬호를 놓친 건 아쉽긴 해도 베테랑인 최형우, 양현종을 최우선으로 잡기 위한 선택과 집중이라면 이해할 법했지만, 그것조차 아니기에 분노를 사는 것이다. 여기엔 일관성이 없다. 지난해 우승을 하고 올해도 우승 후보로 꼽혔던 팀이 시즌 운영 실패로 8위를 했다고 바로 리빌딩 얘기가 나오는 것도 우스운 일이거니와, 정말 리빌딩을 한다면 그 지난한 암흑기 동안 팀의 유산을 지키고 남겨줄 양현종 같은 프랜차이즈 스타와의 협상이 지지부진한 건 더 앞뒤가 안 맞는 일이다. 8위 하는 팀까진 사랑할 수 있다. 그게 안 됐다면 관중 1000만 명 시대가 오기 훨씬 전에 프로야구 팬덤은 반토막이 나야 했다. 하지만 내가 사랑하던 그 팀이고자 하는 노력도 의지도 없다면 그딴 짝사랑은 끝날 수밖에 없다.
그러니 앞선 플루타르코스의 질문은 다른 방식으로 되풀이될 법하다. 지금 당장 양현종이 빠져도 이 팀은 기아 타이거즈의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는가. 아마 각 팀마다 비슷하게 떠올릴 다른 이름들이 있을 것이다. 2009년, 12년 만에 우승을 이룬 이종범의 유산이 그때 함께한 양현종, 김선빈에게 넘어와 현재까지 이어져 기아 타이거즈의 연속성을 이루듯, 팀의 역사와 유산을 잇는 선수들의 존재가 없다면 과거의 타이거즈와 현재의 타이거즈는 그저 이름만 같은 팀일 뿐이다. 허구연 KBO 총재는 팬 퍼스트를 강조하며 1000만 관중 시대를 열었지만, 사실 팬 퍼스트가 가장 필요한 순간은 시즌이 아닌 비시즌 스토브리그다. 내가 응원할 팀의 문화적 일관성과 가치란 배의 판자를 덧대고 유지하는 정성을 통해서만 유지할 수 있으므로. 오래전 미노타우로스를 죽이고 돌아온 영웅 테세우스의 전설과 극적으로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했던 전설을 전승하고 또 전승하며.
여순사건 등 국가폭력 피해자와 유족을 위한 국립트라우마치유센터 전남센터 설치가 본격추진된다.
전남도는 “국립트라우마치유센터 전남센터 시범사업을 위한 국비 6억원을 확보했다”고 7일 밝혔다.
이는 전남도와 여순항쟁유족총연합회가 전남 동부지역 국가폭력 피해 회복을 위한 센터설치를 지속 건의한 결과다. 여순사건 특별법 후속 조치로 국가 책임하에 치유를 지원하는 첫 제도적 실행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국립트라우마치유센터는 여순사건 등 국가폭력으로 정신적·신체적 피해를 입은 희생자와 가족의 트라우마 치유, 일상 회복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현재 광주(5·18 민주화운동), 제주(4·3 사건)에서 시범사업을 거친 뒤 센터를 운영 중이다.
전남센터는 광주·제주와 같은 모델로 운영된다. 치유가 필요한 희생자·유족 1만2000여명을 대상으로 개인·집단 상담과 심리교육, 미술·음악·원예·여행 등 예술치유 프로그램, 물리·한방치료와 신체 재활 프로그램 등을 제공한다.
전남센터는 2026년 하반기 개소를 목표로 한다. 전남도는 도비를 추가 확보하고 유족총연합회와 관련 전문가와의 협의를 통해 센터 장소를 정할 계획이다. 세부 프로그램 개발과 운영 방식에 대해서도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반영하기로 했다.
김영록 전남도지사는 “트라우마 치유사업이 늦게 시작된 감은 있지만 희생자·유족의 아픈 상처를 치유하고 건강한 일상으로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며 “한 분이라도 빠짐없이 치료받도록 세심하게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쿠팡’ ‘워킹맘’이라는 키워드를 넣고 포털 뉴스 검색을 했다가 워킹맘 당사자로서 조금 황송해졌다. “새벽배송이 없어지면 장은 어디서 보나, 워킹맘의 분노” “워킹맘까지 들고 일어났다, 새벽배송 금지가 답일까” “워킹맘은 웁니다, 새벽배송 사라질 수도”라는 헤드라인들이 검색창을 뒤덮고 있어서다. 나의 분노와 슬픔에 이 사회가 그동안 이렇게까지 공감하고 있었다는 말인가.
아무튼 워킹맘으로서 말하자면 새벽배송을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보다는 살림의 책임을 자연스럽게 엄마 몫으로 돌려버리는 언어에 대해 가장 먼저 지적하고 싶다. 어째서 아침 식재료를 사고 아이 준비물을 챙기고 집안의 자잘한 생필품을 보충하는 일은 모두 ‘워킹맘’의 역할인 건지, 워킹대디는 왜 안 들고 일어나는지. 돌봄은 여성의 역할이라는 시대착오적 성별 고정관념은 이와 같은 보도 언어를 통해 더욱 공고해진다.
사실 새벽배송은 지금 우리 가족에게 필수재에 가깝다. 다섯 살 딸을 키우는 우리 부부는 출근과 퇴근 시간을 서로 엇갈리게 맞추고, 아이를 유치원에서 1분이라도 더 빨리 데려오려고 매일 발을 동동 구르며 산다. 장은 보통 퇴근하는 버스나 늦은 밤 잠들기 직전 휴대전화와 손가락으로 본다. 컬리와 오아시스에서 새벽배송으로 식재료를 받아보는 게 일상이다. 4년 전 복직하면서 가입한 쿠팡 유료 멤버십은 아직 끊지 못하고 있다. 새벽배송 옵션을 클릭할 때면 죄책감을 느끼지만 마트에서 카트를 끌 시간은 정말 없다. 정확히는 그럴 시간이 구조적으로 주어지지 않는다.
시간이 없는 이유는 육아와 일을 병행하기에 한국 노동자들이 일하는 시간이 과도하게 길기 때문이다. 매일 칼퇴근을 사수하기 위해 애를 쓰고 주중 개인 여가시간을 최소화하는데도 아이는 유치원에서 하루에 9시간을 보낸다. 엄마아빠를 우주만큼 사랑한다는 아이와 함께 놀 수 있는 시간이 하루 두세 시간밖에 안 된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가끔씩 가슴이 서늘해지곤 한다.
그러니까, 워킹맘도 노동자인지라, 워킹맘에게 필요한 것은 새벽배송이라기보다는 시간이다. 워킹맘의 고충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위에 빛나는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한국 노동자들의 보편적 고충이자 여성에게 돌봄 책임을 떠넘기는 성역할 고정관념의 산물이다.
이런 문제는 항상 외면하는 주체들이, 오로지 기업 논리를 방어하거나 노동시간 규제를 비판할 때만 ‘워킹맘’을 핑곗거리로 소비하는 것은 좀 치사하고 비겁한 일이다. 주 52시간제가 기업 경쟁력을 저해해서 문제라고 하지 않으셨는지, 주 4.5일제는 시기상조라고 하지 않으셨는지… 이런 생각을 떨쳐버리기가 어렵다.
[플랫]일하는 여성·돌보는 남성 늘도록 ‘젠더 전환’서 답 찾아야
[플랫]아빠도 충분히 주양육자 될 수 있다, 일터가 돌봄을 받아들이면
기업의 혁신을 위해 새벽배송 서비스에 손을 대서는 안 된다는 주장은 기업의 경쟁력을 위해 노동시간을 연장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과 일맥상통한다. 노동자가 원하면 얼마든지 장시간 노동도 야간노동을 할 수 있어야 할 수 있다는 프레임은 결국 장시간 노동을 보편적인 것으로 만들고, 칼퇴근해서 아이를 하원시키러 뛰어가야 하는 노동자를 직장에서 죄인으로 만들 뿐이다.
쿠팡에서 일하다 숨진 배송기사가 올해만 4명이라고 한다. 물류센터 야간노동자까지 합치면 8명이나 죽었다. 플랫폼 기업의 특성, 인센티브 기반의 임금 구조, 배송 마감시간 압박, 특수고용직노동자를 보호하지 못하는 근로기준법의 사각지대 등이 구조적으로 과로를 유발한다. 어떤 노동자들이 밤새 속도전과 과로를 감내해야 다른 노동자들이 일상을 유지할 수 있다는 걸 곱씹어보면 정말 기이하다. 아니 그리고 정말 새벽배송이 그렇게까지 필수적인 인프라라면 그 배송을 수행하는 노동자들이 죽어나가는 상황을 방치해서는 안 되지 않나.
워킹맘을 만능방패 삼아 노동자끼리 싸움 붙이는 대신, 어떻게 안전한 일터를 만들지 방법을 찾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다치고 죽어가는 사람이 있는데, 어떻게든 이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김승섭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말처럼. 혹시 바쁜 맞벌이 부부를 위해 뭔가 도움을 더 주고 싶으시다면, 부디 연간 노동시간을 OECD 평균 아래로 줄이는 데 힘을 보태주시길.
▼ 남지원 젠더데스크 somnia@kh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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