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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설치현금 “한글도 제대로 못 쓰는 3선 구의원”···그는 어떻게 공천을 받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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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또또링2 작성일26-01-13 13:17 조회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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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설치현금 [주간경향] “처음 당협위원장을 맡고 지역에 가보니 한글도 제대로 못 쓰는 구의원이 3선을 하고 있더라고요. 의정활동을 할 역량이 안 되는데, 도대체 구정 질의는 어떻게 하나 싶었죠.” 수도권 한 지역구에서 당협위원장을 지낸 국민의힘 관계자는 당시를 이렇게 떠올렸다. 그는 “알아보니 구청 직원에게 5만원을 주고 대신 질의를 써달라고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직원이 써준 걸 그대로 읽는 식이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도대체 이 사람이 어떻게 공천을 받았을까 싶었는데, 조금 지나니 이유가 보이더라”고 했다. 공천을 노리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돈 얘기를 꺼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막무가내로 돈을 싸들고 와서 ‘이게 관행’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고, 돈 주면 먹힐 사람인지 간을 보는 경우도 있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이런 풍경이 특정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말했다. “거의 모든 지역이 그렇습니다. 지역 당협 운영비를 구의원들이 내는 건 이미 비일비재하고요.” 그는 “그렇게 공천받은 사람들이 돈으로 해결하는 범위가 어디까지 가느냐. 구의회 의장단 자리나 상임위원장·부위원장 자리를 둘러싸고도 금전이 오간다는 얘기가 나온다”라고 말했다.
이 같은 문제는 특정 정당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게 정치권 내부의 공통된 인식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지역위원장이나 국회의원에게 공천을 염두에 두고 돈을 주는 경우는 암암리에 많을 것”이라며 “다만 요즘은 노골적인 현금보다는 합법적인 방식이 주로 활용된다”고 말했다. 그는 정성국 국민의힘 의원이 2024년 한 해 동안 전·현직 부산진구 광역·기초의원으로부터 3300만원의 정치후원금을 받은 사실을 다룬 언론 보도를 언급했다. “선거 직전에 한 번에 주는 게 아니라 1년에 300만원, 500만원씩 몇 년에 걸쳐 미리 넣는 겁니다. 매년 500만원씩 임기 4년 내내 냈다면 2000만원을 낸 거죠. 그런 사람을 공천 심사에서 과연 무시할 수 있을까요.” 그는 “사실 공정한 경선이나 면접 같은 절차가 좀 우스워지는 대목이다”라고 했다.
2022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야는 모두 ‘공정한 공천’을 전면에 내세웠다. 민주당은 시스템 공천을 도입해 투명성을 높이겠다고 했고, 국민의힘은 후보 적합성 능력 평가까지 도입하며 객관적인 평가를 강조했다. 하지만 실제 공천 과정에서는 여전히 지역위원장의 영향력이 가장 크게 작동했고, 당이 내세운 기준과 원칙은 곳곳에서 무력화됐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2022년 지방선거 공천과정을 분석한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의 정당 공천에 관한 연구-다층적 가치의 충돌과 카르텔형 공천’를 쓴 윤왕희 성균관대 미래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정당의 각 시·도당에서 공천관리위원회를 구성하지만 당협위원장이나 해당 지역 국회의원의 의견이 사실상 제일 많이 반영된다”라며 “당헌·당규에 이를 어느 정도 보장해두고 있기 때문에 공관위가 있더라도 국회의원이나 당협위원장이 자신들의 권력자원으로 쓰일 사람들을 공천해서 앉히고 싶은 생각이 우선시되기 쉽다”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문제는 최근 ‘공천 헌금’ 논란이 불거지며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강선우 의원과 김경 당시 서울시의원 후보 공천 논란에서 단적으로 드러났다. 2022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강 의원이 김경 후보로부터 1억원을 받았다는 의혹과 관련한 녹취록이 공개됐고, 해당 녹취에는 강 의원이 이 사실을 김병기 의원에게 호소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김경 후보는 결국 단수공천을 받아 서울시의원에 당선됐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이 내세웠던 공천 기준과 원칙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당시 민주당은 투기성 2주택 이상 보유자에 대해 ‘예외 없는 부적격 심사’를 하겠다는 원칙을 내세웠다. 김 시의원은 서울 서초구 방배동과 종로구 평창동 등에 다수의 부동산을 보유한 다주택자로 알려졌지만, 이 문제는 최종 공천 심사에 반영되지 않았다. 원칙은 있었지만 컷오프는 자의적이었다. 비수도권 지역의 한 기초의원은 “공천 기준이 통일되게 적용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어느 지역에서는 음주운전 전력 하나로 컷오프되는데 다른 지역에서는 음주운전 전과자가 버젓이 공천을 받습니다. 민주당 우세지역이라 공천만 되면 당선가능성이 높은 우리 지역 같은 경우에는 공천 원칙이 제대로 적용되지 않습니다.”
공천관리위원회 규정상 특정 공관위원의 지역구 사안을 논의할 경우 해당 위원은 논의에서 배제하게 돼 있다. 그러나 이 원칙 역시 지켜지지 않았다. 민주당은 강 의원이 김경 시의원 단수공천이 확정된 2022년 4월 22일 서울시당 공천관리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공천을 주장한 사실을 확인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회의에 참석한 것 자체가 이해충돌”이라며 “당 전체에 미치는 파장이 상당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그는 “통상 이런 경우 견제가 이뤄지는데 이번 사례는 예외적이었다”고 했다.
공관위 표결 절차가 실질적으로 작동했는지도 불분명하다. 당시 당규상 공천관리위원회는 재적위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위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하도록 돼 있다. 김병기 의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당시 김경 후보의 부동산 문제가 제기되자 컷오프 의견이 많았다고 말했지만, 표결이 실제로 이뤄졌는지에 대해서는 확인되지 않는다. 김현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회의록이 공개되지 않아 알 수 없다”고 밝혔다. 민주당 전 공관위원은 “다수결에 따른 표결이었는지, 사전에 결정된 안을 형식적으로 추인하는 구조였는지 의문”이라며 “지방선거에서는 지역위원장의 영향력이 커 공관위가 거수기 역할에 머무르기 쉽다”고 말했다.
사실상 지역위원장의 권한이 절대적이다 보니 공관위가 공천 심사기구라기보다 지역위원장들 간 조정 창구로 기능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당 관계자는 “공관위의 독립적 판단보다는 지역위원장들 간 이해관계 조율이 우선되는 경우가 많다”라며 “‘네 지역은 내가, 내 지역은 네가’ 봐주는 식의 암묵적 합의가 작동한다”고 말했다. 이어 “관계가 틀어지면 보복성 컷오프가 이뤄지기도 하지만 얼굴을 자주 보는 사이여서 서로 봐주는 분위기가 형성된다”고 전했다.
지역 정치권에서는 지역위원장들 간 계파 경쟁으로 경쟁 관계에 있는 지역위원장의 기초의원 후보들의 낙선을 방치하는 공천도 발생한다. 기초의원 선거는 한 선거구에서 2명 이상을 뽑는 중선거구제다. 정당은 한 선거구에 복수 후보를 낼 수 있고 후보를 ‘가번’, ‘나번’으로 구분한다. 문제는 약세 지역에서 후보를 2명 낼 경우 표가 분산돼 오히려 낙선될 수 있다는 점이다. 민주당 약세 지역의 한 기초의원은 “당선되기 위해서는 후보를 1명만 내야 하는 상황인데 지역위원장 간의 갈등이나 시도당 위원장의 견제가 작동하면서 어떤 지역에서는 후보를 가번·나번 2명 공천하기도 한다. 그런 지역구는 거의 2명 모두 낙선했다. 지역위원장들이 이를 모를까. 그러다보니 가뜩이나 열세 지역인 지역 구의회는 더 국민의힘으로 쏠리게 됐다”라고 말했다.
정치권 관계자들은 한국 정치 구조상 지방선거에서 지역위원장이 공천에 어느 정도 권한을 갖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수도권의 한 기초의원은 “지역 정치는 개인 능력보다 조직이 돌아가느냐의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지역위원장이 바뀌면 현역 구의원은 컷오프된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지역위원장도 자기와 손발이 맞는 사람과 지역 정치를 하고자 할 것이다. 조직 질서가 무너지면 선거도, 지역 정치도 작동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다만 최소한의 원칙조차 지켜지지 않는 공천 관행은 분명한 한계라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당 관계자는 “함량 미달 인물이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며 “주민들에게 잘할 사람을 뽑는 구조가 아니라 지역위원장 입장에서 돈도 많이 내고 조직 활동에 헌신한 사람이 우선되는 구조”라고 말했다. 그는 “팔이 안으로 굽을 수밖에 없지만 정치가 거기서 멈춰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오는 6월 3일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실시된다. 벌써 정치권 일각에서는 ‘어느 지역의 구청장 후보는 이미 낙점돼 있다더라’는 풍문이 돌고 있다. 윤왕희 선임연구원은 국회의원·지역위원장과 후보자 간 관계가 공천을 결정적으로 좌우하는 구조가 지방정치의 본래 취지를 훼손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초·광역의회는 주민의 생활과 이해를 대변해야 하지만 실제로는 인물의 자질보다 국회의원이나 당협위원장의 ‘수족’으로 적합한지가 우선 고려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복되는 공천 비리의 가장 큰 문제는 돈 거래를 매개로 다른 사람은 알 수 없는 둘만의 새로운 관계가 형성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지방의회가 주민의 대의기구가 아니라 특정 정치인의 하부 조직처럼 기능할 위험이 크다”고 우려했다.
이같은 공천 관행에 문제를 제기하며 기존 방식과 다른 대안을 모색하자는 목소리도 나타난다. 김희원 더넥스트제너레이션Z 대표는 “공천헌금 같은 것 없이 정치에 도전해 공천을 받고 실제로 당선돼 좋은 의정활동을 펼치고 있는 사례까지 한꺼번에 매도되는 분위기는 안타깝다”며 “공천 시스템의 개선 과정과 이를 운용하는 사람의 문제점이 동시에 드러나고 있는 만큼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천 시스템이 실제로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그 운용 과정은 어떠한지 유의 깊게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 지방선거 당시 서울 노원병 지역에서는 공개 모집 방식으로 구의원 후보를 선발했다. 해당 지역구는 현수막 등을 통해 후보자를 모집했고, 서류와 면접을 진행한 끝에 1인을 선정해 후보를 배출했다. 이 절차를 통해 구의원에 당선된 노연수 구의원은 “사실 정치를 할 생각은 안 했고, 지역에서 청년활동과 봉사활동을 주로 하다 현수막을 보고 지원하게 됐다. 공모와 선정이 투명하게 이뤄졌다고 본다”라면서 “제가 선발될 때는 선거에 임박해서 공모를 하다 보니 바로 구의원이 되어 겪게 된 애로사항이 있었다. 그래서 이번 선거를 앞두고는 이미 재작년에 기획하고 작년 초에 공모해 인턴 형식으로 후보자들이 당내 활동이나 지방 의정활동에 대한 이해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2010년 민주당이 지방선거에 도입했던 시민공천배심원제 역시 현행 공천제도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제도로 거론된다. 당원이나 시민이 배심원단에 참여해 후보자들의 연설과 토론을 직접 듣고 숙의 과정을 거쳐 평가하는 방식이다. 이동학 민주당 전 최고위원은 “그때 저도 시민공천배심원이 되어 지역별 경선에 참여한 적이 있다. 당시는 배심원들에게 교통비와 참가비를 주었지만, 지금은 정치참여 열기가 높아진 상황에서 돈이나 동원 없이도 자발적으로 참여할 사람이 많을 것이라 본다. 당시 돈이 많이 들어 지속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토양이 달라졌다. 달라진 시대에 깜깜이 공천 논란을 보완하는 하나의 해법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태섭 전 민주당 의원은 매번 불거지는 공천 비리의 핵심을 ‘책임의 무게’에서 찾았다. 금 전 의원은 “정치권에서는 공천 비리가 적발돼도 탈당 권고 정도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이 정도로는 아무런 억지력이 없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반 공무원 사회와의 대비를 들었다. 그는 “일반 공무원은 중대한 비리 의혹이 제기되면 사표 제출조차 제한되고, 파면이나 해임 같은 중징계를 받는다. 그런데 정치인은 공천 비리 의혹이 있어도 탈당했다가 1~2년 후 복당한다”라며 “의원직 제명까지 포함한 실질적인 리스크가 뒤따르지 않는 한, 공천 비리는 관행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제도가 아무리 정교해져도 책임이 가볍다면 문제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민주당은 전수조사 요구에 대해 ‘개인의 일탈’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지역 현장에서는 전수조사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민주당의 한 기초 의원은 “당규를 보니 후보들에게 부적격 사유가 있더라도 공관위 재적 3분의 2 찬성이라면 예외를 인정해주는 조항이 들어가 있다. 문제가 있어도 살려주고 싶은 사람은 살려주는 통로 아닌가”라며 “당은 최근 불거진 의혹들을 개인의 일탈이라고 하지만, 전수조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앙은행은 현대 자본주의의 핵심 제도이지만, 기준금리와 통화량을 조정해 경기와 물가를 관리하고, 금융위기 국면에서 최종 대부자로 나서 경제 시스템의 붕괴를 막는다는 개념이 정착된 것은 채 100년도 되지 않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설립된 해는 1913년이었지만 초기 연준은 지금과 같은 역할을 하지 못했다. 당시 미국의 화폐제도가 금본위제에 묶여 있었기 때문이다.
시중에 풀 수 있는 돈의 규모가 국가가 보유한 금의 양에 묶여 있었기 때문에 그 결과 중앙은행의 활동은 큰 제약을 받았고, 금본위제는 대공황 국면에서 오히려 미국 경제의 붕괴를 불러온 결정적 요인이 되었다.
1933년 미국이 내국인을 대상으로 한 금본위제를 폐기한 이후에야 연준은 비로소 경제 시스템의 붕괴를 막는 소방수 역할을 수행할 수 있게 됐다.
연준 100년사에서 큰 족적을 남긴 수장들이 있었는데, 첫 번째로 꼽을 수 있는 인물은 대공황과 2차 세계대전 시기에 연준 의장을 지냈던 매리너 에클스이다.
스코틀랜드 이민자 출신인 에클스는 고졸 학력으로 미국 서부에서 은행업을 통해 부를 일군 입지전적 인물이었다. 그는 ‘정부의 은행’에 불과했던 연준을 ‘국가의 중앙은행’으로 격상시킨 설계자였다.
초기 연준은 재무부의 자금 조달 창구에 가까웠다. 특히 전시에는 국채를 의무 매입하며 행정부의 하위기관 노릇을 해야 했다. 그러나 에클스는 전쟁 이후에도 이어진 재무부의 간섭과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는 정책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었다.
연준 의장 인선 다시 정치 그늘로
권력의 압박에 저항하며 통화 정책의 독립성을 사수한 그의 투쟁은 현대 중앙은행 제도의 근간이 되었다. 현재 워싱턴에 있는 연준 건물은 ‘에클스 빌딩’으로 명명돼 있다.
1970년대에 8년간 연준 의장으로 재임했던 아서 번스는 정치 권력에 굴종해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훼손함으로써, 오늘날까지 연준의 오욕을 상징하는 인물로 기록돼 있다.
그는 1972년 대선을 앞둔 닉슨 대통령으로부터 경기 부양을 위한 금리 인하 압박을 받자, 인플레이션 조짐에도 불구하고 확장적 통화 정책을 강행해 물가 폭등의 빌미를 제공했다.
또한 물가 상승 원인을 통화량 과잉이 아닌 유가 등 외부 요인 탓으로 돌리며, 소비자물가지수에서 변동성이 큰 항목을 임의로 제외함으로써 지표를 왜곡시켰다. 여기에 금리를 올리다 실업률이 조금만 오르면 즉시 낮춰버리는 ‘스톱 앤드 고(Stop-and-Go)’ 정책을 반복한 결과, 시장의 신뢰를 완전히 잃고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고착화해 미국 경제를 장기적인 스태그플레이션에 빠뜨렸다.
이 암흑기를 끝낸 이는 1979년 취임한 폴 볼커였다. 미국 경제가 하이퍼 인플레이션에 신음하던 시절, 그는 기준금리를 20%까지 올리는 파격적인 결단을 내렸다. 급격한 긴축으로 경기는 추락했고, 기업과 농민들의 반발도 거셌지만 그는 뚝심 있게 고금리를 유지해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꺾어놓았다.
볼커의 ‘인플레이션 파이터’적 면모는 이후 1980~1990년대 미국 경제 장기 호황의 초석이 되었다.
볼커의 뒤를 이은 앨런 그린스펀은 경제위기에 대처하는 ‘최종 대부자’로서 연준의 역할을 정립한 인물이다. 취임 직후 맞닥뜨린 1987년 ‘블랙 먼데이’를 시작으로 헤지펀드 LTCM 파산, IT버블 붕괴 등 위기 때마다 전격적인 금리 인하로 시장의 패닉을 진화하며 ‘마에스트로’라는 찬사를 받았다.
그러나 그린스펀의 영광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추락했다. 규제 완화와 시장의 자율성을 맹신한 그의 원리주의가 오히려 위기의 씨앗이 된 것이다. 그는 금융위기 직후 열린 청문회에서 “민간의 이기적 동기가 최선의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믿음이 잘못되었다”고 밝히며 한 시대의 종말을 알렸다.
2008년 금융위기가 터졌던 시기에 연준의 수장이 벤 버냉키였다는 점은 글로벌 경제에 천운이었다. 당시 금융위기는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제위기로 평가받는데, 버냉키는 대공황을 깊이 있게 연구한 학자였기 때문이다.
아서 번스 실패 반복해서는 안 돼
버냉키는 금융위기 국면에서는 시장의 기대보다 한발 더 나간 정책만이 패닉을 잠재울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제로금리와 양적완화 등 비전통적인 통화 정책을 쓰는 데 주저함이 없었고, 결과적으로 금융위기의 수렁에서 글로벌 경제를 건져낼 수 있었다.
후임 의장인 재닛 옐런은 버냉키와 비슷한 성향의 경제학자였다. 옐런은 양적완화의 종결과 기준금리 인상이라는 출구전략을 성공적으로 수행해냈다.
볼커 이후 연준 의장은 연임되는 게 관례였지만 2017년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깐깐한 경제학자이자 민주당원인 옐런 대신 월가의 사모펀드에서 일했던 공화당원 제롬 파월을 신임 의장으로 임명한다. 파월은 기준금리를 더 파격적으로 인하하라는 트럼프의 공세에 시달리면서도 무난히 연준 수장으로서 역할을 수행했다.
파월의 임기는 올해 5월에 끝난다. 그의 임기 종료가 다가오며 연준 의장 인선이 다시 정치의 그늘로 들어가고 있다. 중앙은행을 자신에게 복속시키고자 하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온 트럼프 정권하에서의 인선이기 때문에 더 그렇다.
지난해 8월 트럼프의 지명으로 연준 이사회에 입성한 스티븐 마이런은 이미 공격적인 금리 인하를 잇달아 주장하면서 연준위원들의 의견 스펙트럼에서 가장 극단의 위치에 서 있다. 1970년대 아서 번스 시대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흔들리면서 인플레이션 파이터 역할을 의심받게 되면 시장은 가장 먼저 등을 돌린다.
시장의 반란은 채권시장에서 장기금리가 상승하는 모습으로 나타날 것이다. 자본시장은 바보가 아니다. ‘무조건’ 금리를 내리는 중앙은행 편에 서기보다는 인플레이션을 적절히 관리하는 쪽의 손을 들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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