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분할 “돌 안 된 아기는 엄지로 압박, 여성은 속옷 제거 없이 시행”···심폐소생술 지침 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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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또또링2 작성일26-02-03 05:59 조회0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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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관리청과 대한심폐소생협회는 29일 이 같은내용의 ‘2025 개정 한국 심폐소생술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이번 지침은 2020년 마지막으로 개정된 가이드라인을 기반으로 국내·외 최신 연구 결과를 반영해 마련된 권고안이다. 국내 심폐소생술 가이드라인은 2006년 첫 제정 후 2011년, 2015년, 2020년에 개정이 이뤄졌다.
심폐소생술 순서 및 방법은 기존 지침을 유지한다. 가슴압박 시행 시 구조자가 주로 쓰는 편한 손이 아래로 향하게 하면 된다. 익수에 의한 심정지 환자에게는 인공호흡을 포함한 표준심폐소생술을 시행해야 하며 인공호흡 교육을 받지 못한 처치자는 가슴압박소생술을, 교육을 받은 응급의료종사자 등은 인공호흡부터 시작하도록 했다.
또한 심폐소생술 환자 발생 시 신고자에게 구급상황요원이 자동심장충격기(AED)사용을 지도하도록 하는 내용도 제안됐다.
지침은 여성, 영아에 대한 심폐소생술 방법도 담았다. 이번 지침은 여성 심정지 환자의 경우 속옷(브래지어)을 제거하지 않고 위치를 조정한 뒤에 가슴 조직을 피해 충격기 패드를 맨 가슴에 부착하라고 권고했다. 속옷을 옆으로 젖힌 다음 오른쪽 쇄골 뼈와 유두 사이, 왼쪽 옆구리 쪽에 각각 패드를 붙이면 된다.
만 1세 미만 영아의 경우 기존 지침은 1인 구조자라면 ‘두 손가락 압박법’, 2인 이상 구조자는 ‘양손으로 감싼 두 엄지 가슴압박법’을 시행하도록 했다. 이번 개정판은 구조자 수에 상관없이 영아를 양손으로 감싸 안고 두 엄지손가락으로 압박하도록 했다.
영아의 기도에 이물질이 들어가 폐쇄된 경우에는 복부 압박이 권고되지 않는다. 내부 장기 손상에 대한 우려가 있어서다. 개정판에서는 기존의 등 두드리기(5회), 복부 밀어내기(5회)에 더해 한 손 손꿈치(손바닥과 손목 사이) 압박법을 시행할 것이 권고됐다.
이 밖에 기존 성인 위주로 권고됐던 비외상성 심정지자에 대한 충격기 사용이 1세 이상 소아 대상으로 넓어지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개정 가이드라인은 질병청 홈페이지( 내려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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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저학년 시절, 저는 3평 남짓한 하숙방에서 지냈습니다. 방은 턱없이 좁았고 종종 방으로부터 도망치기 일쑤였습니다. 그 작은 방에서 독감에 걸렸던 어느 날이 떠오릅니다. 며칠 동안 꼼짝 없이 좁은 방에 누워 지낼 수밖에 없었습니다. 몸이 아프자 신체의 취약함은 곧 정신의 취약함으로 이어졌습니다. 고작 며칠 경험한 ‘병든 사람’의 정체성였지만, 거동의 어려움이 무력감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을 깨달았습니다. 선택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을 때 삶의 감각 또한 쉽게 위축된다는 것을 그때 실감했습니다.
<어느 서민 여성의 삶, 노년, 죽음>은 저자 디디에 에리봉이 쇠약해진 어머니를 요양원에 보내고, 그의 죽음을 겪은 뒤 쓴 책입니다. 그는 어머니의 노년을 지켜보며 “나이와 신체적 취약성이 형틀, 사슬, ‘감옥’을 구성한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단절을 상징하는 요양원이라는 공간에서 그의 어머니는 거동 불능으로 인해 세계와 적극적으로 관계 맺지 못한 채 시간을 보냅니다. 노년은 아직 저에게 아득하게만 느껴지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좁은 방에서 병을 앓았던 나날과 겹치는 부분이 있다고 느꼈습니다. ‘병든 사람’이라는 정체성이 지속되는 일. 그런 모습도 포함되지 않았을까 짐작해봅니다.
저자의 어머니는 요양원에 보내지며 “자신의 친숙한 세계, 환경, 일상성으로부터 뿌리 뽑힌” 존재가 되었습니다. “그녀의 것이었던 세계와 단절되었지만 그것을 애도할 시간조차 갖지 못했다”는 점에서 깊은 절망을 겪습니다. 요양원이라는 집단(공간)에 속해 있으면서도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사람들과 사귀는 법을 배워야 했다”는 사실은 또 다른 고립을 낳습니다. 저자는 “학대받고 있다”는 어머니의 말 앞에서 개별 행위가 아니라 제도와 환경 자체가 폭력이 될 수 있음을 짚습니다. “어머니는 제도가 그녀와 같은 사람들의 조건을 관리하는 방식에 의해 학대받았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이 책은 애도의 기록이기도 합니다. 저자는 어머니의 삶 전반에 놓여 있던 억압과 공포를 외면하지 않습니다. “사랑하지도 않는 남자 곁에 어머니가 남아 있었던 것은 큰 부분 공포 때문이었다”는 고백과 “페미사이드에는 나이가 없다”는 문장은 구조적 현실을 드러냅니다. 동시에 어머니는 80대에 새로운 사랑에 빠질 수 있었던 사람이기도 했습니다.
노동자 계급 가정에서 태어난 저자는 자신의 뿌리를 부정하듯 집을 떠났고 지식인이 된 뒤 40여 년 만에 어머니와 다시 마주합니다. 그가 선물한 고급 향수를 어머니가 사용하지 않았던 장면은 “우리 사이의 계급적 거리를 은밀하게 알리는 방식”처럼 읽힙니다. 어머니의 죽음 이후 저자는 자신이 멀리 떠나왔다고 믿었던 그 세계가 결국 자신의 뿌리였음을 받아들입니다. 그래서 이 죽음은 더욱 깊은 상실로 다가옵니다. 계급, 젠더, 몸, 취약성이라는 여러 층위를 교차시키며 노년이라는 삶의 상태를 사유하게 만드는 책입니다.
“왜 기자를 하고 싶어요?” 이 질문에 저는 한때 이렇게 답한 적이 있습니다. “평생 세상 걱정하며 살 것 같아서 업으로 삼고자 합니다.” 농담과 진담이 적절히 섞인 대답이었는데요. 근본적으로 이 세상은 걱정할 일이 끊이지 않겠지만, 세상에 대한 저의 관심 또한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깃든 대답이었습니다. 참 미운 구석이 많은 세상임에도 계속 바라보고 싶어 하는 사람, 그가 바로 ‘기자’가 아닐까 싶었습니다.
책 <그저 하루치의 낙담>에는 박선영 전직 기자의 애증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그 애증은 자기 자신과 기자라는 직업을 넘어 이 사회 전반으로 확장됩니다. 이 책은 17년간 몸담았던 회사를 그만두며 “유품정리인의 심정으로” 자신의 “가난한 유산”을 돌아본 시간의 기록이기도 합니다. 스스로에게 “윤리적 허영”이 있음을 겸허히 인정하는 저자는 자신의 욕망에 따라 지도를 그리듯 살아왔고 그 선택의 궤적을 책에 담아냈습니다.
‘구제불능의 낙담가.’ 저자가 스스로의 특성을 아우르는 말입니다. 낙담이란 본래 ‘기대’가 선행되어야 가능한 감정이기에 그가 반복해서 낙담했다는 사실은 그만큼 많이 기대해온 사람이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회사에서 만난 ‘J언니’와 ‘H언니’는 훌륭한 여성 기자이자 저자를 키워낸 존재입니다. 저자가 취재해온 대상은 “반짝이는 보석 가루 몇 개가 뒤섞인 흙”과 같았지만 그 흙에서 ‘J언니’는 슥슥슥 불필요한 것을 걷어내 “몇 개 되지도 않는 보석 알갱이”를 발굴해내는 사람이었습니다. 저자가 그들에게 기대고 도움을 구하는 장면들은 그가 어떻게 반복적으로 기대를 품을 수 있는 사람이었는지 이해하게 만듭니다.
저널리스트다운 냉철한 통찰과 동시에 퇴사 이후 ‘무용한 시간’ 속에서 길어 올린 사유의 기록도 돋보였습니다. 저자는 ‘힘없고 못 배운 사람’이었던 과거를 지나 지성인으로 성장했지만, 책의 말미에서 자신을 키워낸 것은 다름 아닌 “서민의 언어”였다고 고백하며 어머니에게 책을 바칩니다. “한때 서발턴이었지만 이제는 서발턴이 아니게 된” 저자가 자신의 과거를 온전히 수용하는 장면은 담담하면서도 아름답습니다.
오늘날 사회는 낙담하기 쉽습니다. 혹은 기대조차 품지 않은 채 절망하기가 더 쉬운 시대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한번 해보자”는 마음으로 사회에 기대를 걸어보는 건 어떨까요. 올해는 더 좋은 일이 많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권합니다.
대학교를 졸업한 뒤 성큼 다가온 불안이 있습니다. 취업에 대한 불안도 물론 있지만, 그보다는 ‘관계’에 대한 불안이 컸습니다. 비교적 비슷한 생애 주기를 살아온 친구들과 확연히 가는 길이 나뉘는 시점에 놓이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30대가 되어도, 더 나아가 50대가 되어서도 친구와 우정을 나눌 수 있을지. 상상력이 풍부하지 못한 저는 늘 레퍼런스에 기대어 삶을 일궈왔습니다. 이런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서도 ‘여성들의 우정’에 대한 레퍼런스가 필요했어요. 오늘은 제게 답을 찾는 실마리가 되어준 채널과 콘텐츠를 소개해보려 합니다.
우정을 떠올리게 하는 장면은 대체로 평범하고 일상적입니다. 친구와의 끝없는 수다, 고된 하루 끝에 함께 마시는 술, 가고 싶었던 맛집에 나란히 앉아 식사하는 순간들. 유튜브 채널 ‘김은하와 허휘수’는 이처럼 잘 먹고 잘 사는 30대 여성들의 평범한 일상을 담아냅니다. 이 여성들이 우정을 나누는 장면은 특별하지 않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타인에게 영감이 됩니다. 영상 댓글에는 “이 친구들 뭔데 이렇게 계속 보게 되는 거죠?”, “어릴 적엔 스무 살도 서른 살도 너무 무서웠는데, 서른이 기다려지게 만들어주는 내 유튜바··♡” 같은 반응이 이어졌습니다. 그저 보여주기만 해도 좋은 레퍼런스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유튜브 채널 ‘하말넘많’ 역시 여성들끼리 웃고 떠드는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줍니다. 2024년 매거진 인터뷰에서 채널 운영자 강민지씨는 “우리가 우리의 모습대로 사는 걸 보여주자고 생각했다”고 말했습니다. 두 채널을 시청하다 보면 30대에도 충분히 재미있는 일들이 많을 것 같다는 기대가 생깁니다.
그렇다면 50대 이후의 여성들의 우정은 어떤 모습일까요. 미디어 속에서 50대 여성은 대체로 ‘엄마’로만 호명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팟캐스트 ‘여자 둘이 토크하고 있습니다’를 운영하는 황선우·김하나 작가, 그리고 유튜브 채널 ‘지윤&은한의 롱테이크’는 또 다른 레퍼런스를 제시합니다. 결혼이나 혈연이 아닌 관계를 삶의 중심에 두고, 좋아하는 것에 대해 말하며, 여전히 배우고 도전하는 50대 여성들. 이들의 대화는 제가 막연히 상상해왔던 미래의 한 장면처럼 느껴졌습니다. 특히 ‘지윤&은한의 롱테이크’를 운영하는 김지윤과 전은환은 대학 동기로서 30년 우정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각자가 해외에 머물던 시절도 있었고 가족의 형태가 바뀌는 시간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지속된 관계라는 점이 더욱 인상적이었습니다.
이 글에서 소개한 채널과 콘텐츠들은 저에게 하나의 해답처럼 다가왔어요. 나이가 들어가면서도 여전히 친구와 삶을 나누는 모습을 보면, 제가 초반에 이야기한 불안은 허상에 가깝다는 생각도 들어요. 관계를 걱정하느라 앞날을 미리 소진하기보다는 오늘은 친구와 또 어떤 재밌는 시간을 보낼 수 있을지 떠올려보려 합니다.
<피해자가 가해자에게>는 성범죄 피해 당사자인 니노미야 사오리와 여러 명의 가해자가 왕복 서신을 주고받으며 회복적 대화를 나눈 기록입니다. 가해자 임상 전문가 사이토 아키요시가 ‘회복적 사법’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진행한 프로그램의 결과물이기도 합니다. 그동안 수많은 범죄 기사를 접하면서도 피해자가 겪은 ‘그 이후의 삶’이나 가해자의 실체에 대해 깊이 생각해본 적은 거의 없었던 것 같아요. 이 책을 통해 사회가 만들어온 피해자성과 가해자성을 큰 숙고 없이 받아들여온 건 아니었는지 되돌아보게 됐습니다.
‘성욕을 주체하지 못해 성추행을 했다’, ‘괴물 같은 인간이다’, ‘인기가 없어서 여성을 덮칠 수밖에 없었다’. 책은 이런 식의 ‘가해자 상’이 오히려 진짜 가해자를 숨겨주는 방패가 된다고 말합니다. 특정한 프레임이 굳어질수록 실제 가해자들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 가해 행위를 지속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반대로 피해자는 “강간 신화”와 같은 프레임 속에서 자신의 피해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게 됩니다. ‘자기가 틈을 보였던 건 아닐까’, ‘도망치려면 도망칠 수 있었을 텐데’라는 말들이 바로 그런 신화에 해당합니다.
이처럼 여성 피해자는 강간 신화로 인해 피해를 인식하기 어렵고 남성 피해자는 ‘남자다워야 한다’는 고정관념 때문에 자신의 피해를 드러내기 어렵다고 합니다. ‘남성성’은 이 책이 추적해온 가해자의 가짜 반성, 범죄 사실의 망각, 타인에 대한 공감 부족이 도달하는 종착지이기도 합니다. “‘남자다움’을 과도하게 강요하는 것 또한 넓은 의미에서는 피해 체험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문장에서 왜곡된 성 인식과 승인받고자 하는 욕구가 결국 사회 전반에 내면화된 남성성 강요와 맞닿아 있음을 확인하게 됩니다.
저자가 가해자와 대화하는 이유는 그들의 범죄를 정당화하기 위함이 아닙니다. 재범 방지를 목표로 하는 이 프로그램은 범죄 행위가 어떤 맥락 속에서 형성되는지를 파악하려는 시도에 가깝습니다. 우리가 개별적 사건으로 치부해왔던 일들이 사실은 ‘우연’이나 ‘특정한 서사’가 아니라 구조적으로 반복될 수 있는 문제임을 이 책은 짚어냅니다. 책은 가해자에 대한 해석과 죄의 무게를 명확히 분리합니다. 이들이 주고받은 서신은 감정적 호소라기보다는 가해자가 스스로를 마주하고 피해자가 겪은 사건 이후의 고통을 직면하게 하는 통로에 가깝습니다.
한 권의 책을 읽는 동안 그간 접해왔던 수많은 범죄 기사가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습니다. 가해 장면이나 가해자의 심리가 상세히 묘사된 대목들은 읽기 불편한 부분도 분명히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범죄를 표면이 아닌 구조로 파악하는 일은 분명 값졌습니다. 사건 너머가 궁금한 분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습니다.
▼ 김연서 인턴기자 auue56@khan.kr
웬만한 ‘벽돌책’이라도 이 책 앞에서는 명함도 못 내밀 것 같다. 4300쪽에 이르는 대작, 4권짜리 벽돌책이 나왔다. 농기구 ‘쟁기’를 연구대상으로 삼아 강원대 인류학과 김세건 교수가 쓴 <겨리연장, 강원도를 담고 세우다>(지식산업사)이다.
겨리연장은 소 두마리가 끄는 쟁기다. 논농사가 보편적인 한반도 남쪽에서 소 한마리가 끄는 쟁기를 사용하지만 강원도를 비롯한 한반도 중북부 밭농사 지대에선 겨리연장을 사용했다. 현재 강원도 홍천 일대에서 무형유산으로 전승되고 있긴 하나 사실상 자취가 사라지고 있는 전통농경문화다. 농기구 쟁기에서 시작된 한 인류학자의 호기심이 쟁기를 중심으로 한 농경공동체 삶을 들여다보는 것으로 확장된 결과물이다. 김교수는 지난 27일 경향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그동안의 연구과정 및 의미를 설명했다. 탐구과정에 20년, 집필에만 15년이 걸렸다고 했다.
“쟁기는 인류 문명에 혁명을 일으키고 지구 표면을 바꾸는 근본적 역할을 한 농기구지요. 많은 농기구 중에서도 인간과 가축이 함께 하는 생산도구는 쟁기가 거의 유일합니다.”
일반적인 농촌 지역 논농사에 사용되는 쟁기는 소 한마리가 끄는 ‘호리쟁기’다. 멕시코 유학시절 현지에서 소 두마리가 끄는 쟁기를 처음 접했던 김교수는 그때만 해도 한국 농촌의 일반적인 쟁기와 달리 멕시코 현지의 특성이라고 생각했다. 강원대에 부임하고 현장 조사를 다니다 우연히 소 두마리가 끄는 겨리쟁기를 만나며 연구의 단초가 포착됐다. 국내 농촌 어디서나 호리쟁기를 사용한다고 생각했는데 한반도에도 겨리쟁기가 존재하다니. 내면에서 학자적 열망이 꿈틀거렸다. 그때부터 80~90대에 이르는 농민 300여명을 인터뷰하며 사라져가는 전통 농경방식의 흔적을 더듬어 좇았고 ‘겨리공동체’라는 본질에 닿았다.
거칠고 척박한 강원도 토양에서 밭을 일구기 위해 농민들은 두 마리의 소가 끄는 겨리쟁기를 사용했다. 소 두마리가 있어야 했기에 소를 가진 두 집이 짝을 맞춰야 했고 소가 없는 집까지 더해 ‘소겨리’를 꾸렸다. 논농사 지역에서는 20~60여명이 모이는 두레가 결성되어 모내기를 마치면 이후엔 소를 사용하는 일이 크게 없다. 하지만 강원도와 같은 밭농사 지역에서는 봄부터 보리와 밀을 파종하는 늦가을까지 소와 함께하는 농사가 이어진다. 이 때문에 소겨리를 꾸리는 것이 농사의 시작이자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북한에선 이런 관계를 ‘겨리사촌’이라고 부른다..
“소겨리를 중심으로 한 ‘겨리공동체’는 단순한 농사 일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일상의 삶 속으로 이어졌지요. 두레가 노동 중심의 생산조직이라면 겨리공동체는 소와 농부, 이웃이 함께 하는 공동 노동조직이자 삶과 일상을 나누고 호흡하는 공동체였거든요. 이같은 겨리연장과 겨리공동체의 독특한 주체성이 그동안 외면당했다는, 아니 존재도 인지하지 못했다는 것이 안타까웠어요. 저는 이번 연구를 진행하며 진정한 ‘강원도의 힘’이 무엇이고 어디에 있는지 깨닫게 됐어요. 사람과 소와 쟁기, 그리고 하늘과 자연이 하나가 되어 이 땅을 지키며 살아왔던 겨리농경문화와 겨리공동체 아닐까 하고 말이지요.”
국내 농경문화에서 전통쟁기로 대표성을 띠고 있는 호리쟁기는 기실 일제강점기에 도입된 ‘왜쟁기’다. 논농사가 중심이 되면서 남부지역을 왜쟁기가 점령했지만 강원도 지역은 전통적 농경방식과 농기구를 현재까지 유지해 온 자존심인 셈이다. 김 교수는 “한반도 한민족의 농경문화를 온전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한반도 중북부 산악지대 농경사회 기술체계의 숨소리를 되살리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분단의 사고를 넘어서는 것이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20년 넘게 쟁기에 사로잡혔던 김교수가 요즘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은 강원도 해안의 오징어다. 잡아온 오징어를 해안에서 말리는 사람들의 손길, 오징어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공동체의 삶. 우직하고 예리한 인류학자의 눈에 포착된 ‘오징어 세상’이 어떤 결과물로 나올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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